농사를 짖는데 가장 큰 적 중의 하나가 풀이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실 풀뽑는게 그 자체로 큰 노동은 아니다. 단지 그게 한없이 반복되어야 하고, 목표에 따라서 한번이라도 아주 오랜 노동력이 필요하며, 풀뽑는 자세가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를 준다는 게 문제다.
4, 5월 풀이 어릴때 살살 뽑아주는건 일도 아니다. 뿌리가 깊지 않아 호미로 살살 긁어도 해결된다. 5월 말 쯤 들어서면 살살 긁어서 해결되는 수준을 넘어서고 서서 볼 때 많지 않아 보이던 풀들이 앉아서 보면 자잘자잘한 어린 풀들이 말도 못하게 많이 깔려 있기 마련이다. 얘네들까지 일일히 뽑아준다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쯤이면 햇볕도 따가워 장시간 일하기도 힘들어지고, 비가 잦아지면서 풀 크는 속도가 말도 못하게 빨라진다.



물론 작물이 크면서 햇빛을 가리게 되면 잡풀 자라는 속도가 떨어지기는 하는데... 처다볼 때 마다 마음이 개운치 않다.
비닐멀칭을 하면 확실히 작물 주위 풀을 줄일 수는 있으나 멀칭이 안된 고랑에 풀이 넘처나고, 작물 주위 비닐 틈새에도 풀이나고, 비닐을 고정하고 바람에 펄럭이지 말라도 덮어준 조그만 흙더미까지 잔풀들이 바글바글 올라온다.
고랑까지 제초매트를 깔아주면 훨씬 덜하겠지만... 비용도 들고, 매번 비닐멀칭하기도 바쁜데 시간과 노동력이 부족해서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더우기, 매년 가을에 비닐 쓰레기를 걷어낼때 마다 지구에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꺼름직함을 떨쳐내기 어려워 멀칭한 사이사이 밭고랑은 풀이 크게 그냥 두고 있다.
비닐 멀칭을 하면 풀관리가 훨씬 쉽지만, 수분증발을 막을 수 있어 수분관리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점을 누리려면 멀칭을 하기 전에 밭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비가 흠뻑 온 다음날 멀칭을 하면 좋은데... 날씨라는게 내마음대로 되야 말이지...
첫해에 비온 다음날 멀칭한 무우밭에서는 확실이 크고 틈실하게 무우가 자라는데 비해, 멀칭을 하지 않은 곳은 풀과 양분을 나눠먹느라 그러는지 제대로 크지를 못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봄가뭄이 심해 조리개로 물을 주고 비닐멀칭을 해야 했다. 나름 충분히 물을 준다고 했는데도 이번에는 오히려 멀칭 안한 곳은 잘 크는데, 비닐멀칭을 한곳에는 싹도 제대로 나지 않은 곳이 많고 싹이 나와도 제대로 자라지를 않았다.
사실 비닐멀칭을 하면 추가로 비료나 수분공급을 해주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작물 사이사이에 구멍을 내고 비료와 물을 주게 되는데, 생각처럼 물주기가 쉽지 않다. 그냥 구멍에 조리로 물을 뿌리면 다 넘쳐흘러내리고 작물 뿌리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비닐 구멍에 바닥을 도려낸 PET병을 거꾸로 꼽아주면 물과 비료공급을 하는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넓은 밭에 수백개의 PET병을 꼽아 놓을 수도 없어 병 몇개를 돌아가며 꼽아 물을 주고 다시 옆으로 옮겨 같은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고생스럽게 병을 통해 물을 준다고 해도 멀칭하지 않은 밭에 비가 내리는 것에 비하면 수분공급이 영 원활하지 못하다. 빗물 스며들도록 비닐에 구멍을 많이 뚫어놓으면 또 거기에 풀이 자라고...
밖에 내다 팔아야 하는 작물이라면 관수장치를 제대로 하고 농사를 지어야 하겠지만, 나같은 설렁농부는 작물이 밖에서 파는 것 처럼 크고 이쁘지 않아도 괜찮다. 멀칭을 하지 않고 키운 작물도 크기는 좀 작지만 맛은 훌륭하고 조리하기엔 오히려 더 편한데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많이 쓰지 않으니 오히려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과수나무 밑에도 처음에는 부직포로 된 제초매트를 덮어줬었는데... 매트를 고정하기 위해 철사핀을 엄청 박아야 하고, 이게 바람불거나 비가 많이 오면 느슨해져 부직포가 펄럭이기 일수다. 그래서 돌을 주워 올려놓기도 하고 삽으로 흙을 퍼서 덮어주기도 했는데... 1~2년 해가 바뀔때 마다 부직포 위로 풀들이 점점 자라 올라온다. 3년쯤 되니 제초매트를 깔은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로터리 칠때마다 걸려 찢어지는 바람에 오히려 더 불편하기만 하다. 또 퇴비를 제대로 주려면 땅을 파고 묻어주라고 하는데 이럴땐 잡초매트가 오히려 방해만 된다.
농사용 폐비닐은 시골사람들은 태우기도 하고, 동네마다 있는 분리수거함에 버리면 치워주기는 하는데 아무리 치워도 밭에 남은 조가리 들이 수없이 돌아다니고 그게 결국은 환경오염의 일원이 될터이다. 나 편하자고 우리 자식들에게 오염된 지구를 넘길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쩔수 없이 쓰더라도 최소한으로... 이게 내 나름의 방법이다.
제초제를 쓰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우리 가족이 먹을 작물 옆에 제초제 뿌리기도 찝찝하고, 땅에도 해롭다고 하기 선뜻 손이 안간다. 농막주위에 파쇄석을 뿌리고, 다니는 길목에 야자매트를 깔아놓았는데도 풀들이 어김없이 그 틈을 비집고 자라난다. 얘들은 뽑기가 더 힘들어서 집사람이 제초제 좀 뿌리자고 노래를 한다. 풀이 자라면 벌레도 끼고 뱀이나 작은 동물들이 숨어있을까봐 무섭다고...

여하튼 제초제를 쓰기는 싫은데, 아주 안쓰기는 또 어려울 것 같아서... 2월 겨울에 밭과 떨어진 울타리 주변으로 가루로 된 발아억제제를 뿌려보기도 했다. 초봄에 냉이며 쑥이며 뜯어먹는 재미를 포기하며 약을 써봤건만 이건 안뿌리는 것 보다 나은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날이 따뜻해지면 영락없이 풀이 자라난다.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얘기. 역시 제초제를 써야하나보다.
제초제를 사러가면 어디에 칠건지 물어보는데, 뿌리까지 죽이는 독한 약은 과수원이나 밭작물 옆에는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고 한다. 밭에 칠 수 있는 것으로 이파리 넓은 것은 살리고 길쭉한 이파리를 가진 풀만 죽이는 약도 있다고는 하는데... 이것도 작물에 좋을 리는 없고 울타리에 친다고 해도 빗물따라 약이 밭이나 과수원으로 흘러들어 갈 걱정도 있어 아무래도 내키지 않아 이파리만 죽이는 약한 것으로 사왔다.


풀이 죽기는 하는데... 이거 영 보기가 싫다. 초록초록한 자연속에서 살고 싶은데, 누릇누릇하게 죽은 풀밭을 보면 영 개운치가 않아 제초제 치는 걸 포기했다. 물론 지금도 농막주위나 울타리 주위에 1년에 한두번 풀베기에 지치면 제초제를 쓰긴 하는데, 밭이나 과수원쪽에는 약을 치지 않는다.
그런 경우... 한여름의 이런 끔찍한 풍경에 익숙해져야 한다. 참을 성이 있어야 하고, 풀과 친해져야 한다. ㅎㅎㅎ

6월 말에 감자를 캐내면 그자리에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게 되는데... 아무리 풀과 친하게 지내려 해도 도를 넘어선 무지랭이 풀밭을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다. 그자리에 가을 채소를 심어야 하니 풀도 정리하고 밭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정도 되면 손과 호미로는 감당이 안된다. 관리기로 로터리를 쳐야 되는데... 이렇게 억센 풀들을 치게 되면 관리기에도 풀들이 칭칭 엉겨붙어 그거 떼내는 것도 한 일이다.
과수원도 그냥 두면 온통 풀밭이라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데, 이 넓은 곳을 예초기로 일일히 밀을 수도 없고, 그냥 관리기로 돌아다닐 길만 정리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다.


그래도 그냥 두면 나무 밑이 온통 풀이 자라올라 과일에 접촉할 정도가 되니 한달에 한번 정도는 예초기로 긴풀은 잘라내줘야 과수원 꼴이 나고, 농약 효과도 나아지고 바람도 잘 통해 병충해가 덜한 것 같다.
전에 얘기한 바와 같이... 풀에 너그러워지고 친해지는게 답인 것 같다. 풀관리에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농사 못짖는다. 눈높이를 낮추면 평화가 찾아온다.ㅎㅎㅎ